책 <모순>의 독후감 입니다.
모순 - 양귀자
한줄평/별점 :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 ☆ ☆)
모순 추천대상 / 소요시간
추천 대상 : 20대 이상 누구나
독서 소요 시간 : 4-5시간
위낙 유명하고 입소문이 자자한 책이었던 '모순'은 언젠가 한번쯤은 꼭 읽어야 하는 숙제처럼 남아 있었었다. 여러 사람들의 인생책으로 손꼽히고 이미 핀터레스트나 각종 명글귀 모음집에서 책 '모순'의 유명한 구절들이 오르내렸으며, 각 구절들은 내게 큰 감동을 주었다. 마침 다른 책을 사러 교보문고에 들렸는데, 베스트 셀러에 있길래 다음날 만날 친구들 것 까지 세권을 사서 나눠주고 나도 읽었다.
등장인물
안진진 : 25살의 어린 나이지만 세상의 때가 묻은 주인공이다. 술을 먹고 폭력을 쓰는 아빠와 시장에서 양말을 팔며 억척스럽게 본인을 키운 엄마, 그런 둘 사이에서 태어난 장녀. 형편이 좋은 이모와 친하게 지내며 이모부가 소개해준 곳에서 일하고 있다. 김장우와 나영규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누구와 결혼할지 고민한다. 자신에게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영악한 모습을 보인다.
김장우 : 멀끔한 호감형의 외모이자, 들판의 야생화를 찍으러 다니는 낭만주의적인 남자. 같은 해안선 도로를 하루에도 몇번씩 달려달라는 진진의 말을 다 들어주는 고분고분한 성격이지만, 동시에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무계획적인 모습은 그의 얇은 주머니 사정에 근거를 부여해준다.
나영규 : 계획이 없는 장우와는 대비되는 인물로, 모든 데이트 코스를 리허설이라도 해본 듯 1분 단위로 짜오는 남자. 근사한 맛집과 재미있는 영화로 진진을 행복하게 해주지만, 계획에 약간의 흐트러짐도 생기지 않도록 강박적으로 행동해 진진을 숨막히게 하기도 한다.
엄마와 이모 : 진진의 엄마와 이모는 쌍둥이로, 어릴 때부터 아주 똑같은 외모와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둘은 한 날 한시에 결혼을 하며 조금씩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철두철미하고 능력 좋은 이모부와 결혼한 이모는 힘든 것 없는 고풍스러운 생활을 하고, 돈을 벌어오기는 커녕 술에 취하면 가감없이 폭력을 행사하고 집을 나가는 아빠와 결혼한 진진의 엄마는 집안의 생계를 이어가다 보니 취향이라고는 없는 억척스러운 사람이 되었다.
줄거리 스포주의
너무도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쌍둥이 중 조금 더 억척스럽고 불행한 삶을 사는 쪽을 엄마로 둔 안진진과 그를 좋아하는 두 남자 김장우, 나영규가 나온다. 진진은 자신이 어떤 남자와 결혼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긴 고민을 하고, 그 와중에 진진을 둘러싼 진진의 가족들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이어진다.
엄마와 쌍둥이인 이모는 유복하고 모든 것을 알아서 해주는 이모부와 결혼을 한다. 반면 진진의 아빠는 술만 먹으면 폭력을 행사하고, 엄마가 벌어온 돈을 훔쳐 달아나 몇년씩 집을 나가서 사는 최악의 남자다. 엄마와 이모는 그러한 결혼을 기점으로 해서 삶이 첨예하게 달라지기 시작한다.
게다가 자식들도 마찬가지다. 이모의 자식들은 미국에 가서 유명 대학교의 박사과정을 밟고 그야말로 남부러울 것 없는 탄탄대로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진진은 어려서는 가출로 엄마의 속을 썩이기도 하고, 동생 진모는 여자에 미쳐 조폭 놀이를 하다가 감옥 신세를 진다. 아빠의 가출, 자식들의 방황, 생계의 막막함이 드리워질 때 마다 엄마는 책을 사서 혜안을 찾지만 뾰족한 해답은 되지 못한다. 그저 그동안의 억척스러웠던 삶이 도리어 하루하루를 견뎌낼 수 있는 경험과 용기가 되어줄 뿐이다.
진진은 결혼으로 바뀌기 시작한 엄마와 이모의 삶을 보며 '결혼'에 대한 신중을 가하기 시작한다. 자신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앞에 남아있고, 그 두 사람은 꼭 다른 우주에서 온 것 같이 딴판이다. 김장우는 호감형의 키에 야생화를 찍는 낭만적인 포토그래퍼로 다 낡은 지프차를 타고 다니며 데이트를 한다고 해도 마땅한 계획도 없고 돈도 없다. 반면 나영규는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있으며 매번 흠잡을데 없는 데이트 코스를 짜와 좋은 경험을 하게 해주지만, 자신의 계획에 일말의 예외도 인정하지 않는다.아마 안진진이 내는 의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진진은 두 남자를 두고 고민을 한다. 진진은 소설 중 장우에게 더 끌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장우의 전화를 기다리거나 장우와 함께 있을 때 묘하게 생기가 돈다. 또 소설 속에서 장우에게만 유일하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반면 나영규는 고생한번 해보지 않은 삶을 이모에게 선물한 이모부를 연상시킨다. 진진은 장우의 형과 형수를 만나 결혼을 암시하기도 하고, 영규의 청혼을 거절하기도 하며 한 쪽으로 기우는 듯 보이지만 끝내 영규를 선택한다.
이 책을 읽는 누구나 그러할테지만, 진진 역시도 엄마쪽보다는 이모의 삶을 동경한다. 하지만 이모는 자신의 평평한 삶, 바람 한번 들지 않는 온실속 화초같은 삶을 비관하고 어느 날 세상을 달리한다. 진진은 그런 이모의 모습을 보면서 이모의 불행 없는 삶이 도리어 그녀에게 불행이 되었다는 것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모순'적으로 이모부와 닮은 영규를 선택한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모순. 그 때문에 자신의 삶이 발전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느낀점
내가 이 책에 갖는 평은 '글쎄다.'이다. 98년도에 나온 작품이라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2024년도의 내가 볼 땐 진진이 자신의 삶에 부피를 줄 수 있는 선택지가 장우와 영규밖에 없다는 것은 다소 근시안적이라고 느껴진다. 진진은 가출하여 자신의 엄마를 실망시키기도 하지만, 그 길로 나가 진모처럼 방황하기 보다는 돈을 벌어와 엄마에게 멋진 신발을 사 줄 수도 있는 강한 생존력의 주인공이며, 미치광이 아빠를 견디며 두 아이를 홀로 키워낸 엄마와 같은 핏줄이다.
그런 그녀가 마치 인형을 바라는 것 같은 영규를 선택한 것은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것이 그녀의 삶에 발전을 가져다 줄까? 오히려 영규에게 가스라이팅 당해 온실도 아닌, 개구리를 천천히 익혀 죽인 온탕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닐지 의문이 든다.
또한 나도 마찬가지로 사랑 없는 결혼은 말이 안된다며 진진을 호도하고, 술에 취해 가정 폭력을 일삼던 진진의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라고 고백하던 주리의 입장에 함께 서있다. 진진은 자신과 같은 역경을 겪어보지 못한 주리를 순진하고 삶의 깊이가 얕은 사람으로 치부한다. 진진도 주리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듯이 나도 진진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소설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진진이 로맨티스트인 장우를 선택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자신의 인생을 위해 자신의 생애를 바치겠다는 큰 포부로 잠에서 깨어난 진진. 마치 어느 기업가의 성공 일대기 자서전의 첫 줄에나 어울릴법한 그녀의 다짐이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소설이 주는 '모순'의 가치는 배울점이 크다. 나도 우이독경의 귀를 가졌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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