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P들이여, 두번째, 세상을 용서하자.
무의미한 혐오를 멈추자
물론, 알고 있다. INFP인 당신은 지금 크게 미워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있다고 해도 본인에게 뭔가 실질적인 해를 가한 사람일 것이고, 그 사람이 불현듯 당신에게 착하게 대하면 미워하는 마음조차 비교적 쉽게 바뀔 것이라는 것을.
INFP는 원래 체력이 좋지 않기도 한데, 작은 충격에 입는 데미지도 크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 만으로도 굉장한 체력 소모가 된다. 내가 독립하기 전, 동생과 욕 먹을 만한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몇 번 본적이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더러 있었지만 우리가 본 편에서는 대부분 인터넷에서 그 사람의 사연만 읊어도 아, 그 사람! 하고 얘기가 나올 만한 사람들이었다.
그 프로그램을 본 날에는 영락없이 이른 저녁 잠에 들었다. 나도 모르게 체력을 다 써버린 것이다. 그 땐, 타인을 미워하는데 그렇게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는지 몰랐다. 지금은 독립해서 혼자 사는데, 집에 TV가 없어 그런 것을 접하지 않다보니 확실히 하루가 덜 피곤하다.
물론 살다보면 충분히 욕을 먹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회적 지탄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여기저기에 몇명씩 나오는 꼴이다. 하지만 내가 아니어도 그 사람의 명예는 이미 크게 실추되었고, 굳이 내 손가락으로 그를 가르키지 않아도 수백 수천의 손가락이 그를 향하고 있을 것이다. 이는 불의를 참는 것과는 또 다른 결의 이야기이다. 당신의 손가락 하나 접는다고 그의 죄가 사하여 지는 것도 아니다.
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이나 TV에 나오는 안면부지의 사람들을 욕하는데 크게 열을 올리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 INFP들은 더더욱 본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 나는 최대한 나쁜 기사를 멀리하려고 노력한다. 가십은 항상 빨리 퍼지지만 크게 동요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는 세상을 용서하는 것이라고 썼지만, 실질적으로 INFP의 체력과 정신건강을 지키자는 것과 일맥상통하다.
세상을 용서하자.
어차피 세상은 세상의 룰을 향하고 그 룰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 있기에 그 룰을 공고히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주 오랜만에 만난 나를 잡으러 온 전남친이 어이없는 이야기를 했다. 나와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내게 다가온 그는(그가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했다.) 다짜고짜 여러 질문으로 나를 당황시키기 시작했다. 혹시 지금 월급은 어느정도야? 결혼은? 아이는 가질 생각이 있는지?
엥 ?? 나는 가히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나를 만나러 새벽에 아주 먼 길을 달려왔는데, 나를 좋아한다고 사랑을 속삭이기는커녕 결혼 정보 회사에서나 물어볼법한 진부한 질문을 낯뜨겁게 지 입으로 던지다니..
처음에는 나를 보러 피곤함을 이끌고 온 이 상황이 로맨틱하다고 생각했으나, 모든게 산산조각 났다. 그 전까지 나는 꽤나 내가 하고싶은대로 잘 살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기타를 배우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즐겨 부르고 내 이야기를 글로 쓰는 나날들이 조금도 부족해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풍족하다고 여겼다.
그 날 아주 조금 깨달았다. 여전히 그들이 사는 세상에는 어떤 룰이 그들을 지배하고 있구나, 그들의 눈에는 나의 풍요로운 메카도 더할나위 없이 매마른 땅이겠지. 이는 내가 고등학교 때 겪었던 외줄타기의 외줄과 다를 바 없는거 같은데, 너는 그 외줄을 타려고 안간힘을 쓰고 노력하고 있구나.
나름 유명한 대기업에 다니고 있으며 본인의 돈으로 투자해서 세운 회사의 대표이사까지 달았다는 그는 우리가 나눴던 20대 초반의 좋은 기억들마저도 무색하게 만들었다. 오, 정말 이 부분을 쓰고 나니 그날의 악몽이 되살아 난다. 나는 오랜만에 본 그를 너무도 좋아한 나머지 기꺼이 내 가치관을 바꿔 한 번 외줄을 타볼까 했지만 여러 이유로 우리의 재회는 결렬되었다. 너무 감사하게도.
물론 그를 나무라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게 그들의 생활 양식일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싶은 말은 삶의 초점을 어디에 맞출것이냐에 대한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애시당초 INFP의 룰과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룰은 다르다.
INFP, 그냥 조금 낭만적으로 살면 안돼?
나는 세상을 움직이는 크고 빠른 손들에 대한 부정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정신은 이토록 빠르게 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간혹 나는 어쩌다가 이 나라에 똑떨어진 외부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친구 하나가 외국으로 이민을 준비한다. 왜 한국을 떠나려고 해? 라고 물으니 딱 일곱 글자로 대답한다. ‘감성이 안맞아서’. 엥 이거 완전 나잖아!! 이 말에 INFP중에는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특히 infp의 극단에 서있는 나는 좀 과하게 감성적이라, 뺨을 스치는 아침 공기에 축복을 느끼고, 밤 하늘과 별에 아주 약간 나은 미래를 구걸하다 눈물 짓기도 한다. 사람들은 내가 너무 순진하다거나 착하다거나 본인만의 세계가 있다거나 혹은 4차원인척 한다고 하는데, 모르겠다. 그냥 나는 INFP로서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간다는 느낌이 들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INFP라는 것을 인정하고 조금 더 편해졌다.
우리 INFP는 왜 다른 사람들과 다를까? 왜 경쟁 같은건 애시당초 관심도 없지? 왜 져주면 안되는걸까? 아웅다웅하며 기싸움 하는 시간과 거기에 쏟는 에너지가 아까워. 혹시 당신도 그런가? 그렇다면 우리는 절대 도태(대체 문명 사회에서 왜 이런 말을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되었거나 틀린 것이 아니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한 신포도가 아니다. 오히려 손해보기 싫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조차 모든걸 따지고 들고, 타인을 꼭 오늘만 볼 것처럼 무례하게 행동하는 것이 INFP에게는 덜 멋진 것이다. 8조각짜리 피자를 3명이서 먹을 때 까짓거 내가 2개먹고 남은 둘이 3개씩 먹는걸 보며 행복한 것. 그게 진짜 INFP의 멋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두지 않는다. 왜 2개만 먹기를 자처하냐며 바보취급을 하기도 하고, 너 피자 안좋아해? 라며 내 몫의 피자를 가져가려 드는 사람들도 허다하다. 그것은 우리가 용서해야 하는 세상의 룰이다.
INFP들이여,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미워하지 말자. 본인이 이러한 시대에 태어난 것을 비관하지 말자. INFP의 빛남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한탄하지 말자. 우리는 조금.. 폼생폼사다. 누가 알아봐준다고 뭔가를 하는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이상적이길 추구한다. 우리는 플레이 리스트도 남다르다. 우리는 우리만의 분위기가 있다. 우리만의 세상이 있다. 타인의 세상을 너무 미워하지 말고 신경쓰지 말고 우리끼리 좋아하는거 잘 하면서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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